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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1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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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활동을 멈추거나 일부러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가지며 나 자신을 돌아봤다. 관계 속에서 반복되던 감정의 흔들림과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이 글은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정의를 내리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정리한 생각 기록이다. 온전히 내 주관이며, 나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참고 정도로만 보면 된다. 나는 데미섹슈얼이자 로맨스 성향으로 살아간다. 나에게 로맨스는 순간적인 설렘이나 자극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정에 가깝다. 신뢰가 쌓이고 관계가 예측 가능하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감정이 깊어진다. 처음 만난 사람이나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쉽게 끌리지 않는다. 마음이 안전하다고 느껴져야 관계를 이어갈 수 있고, 그 안정감이 생긴 뒤에야 감정과 끌림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내가 이해한 데미섹슈얼은 감정이 느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감정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 분명하다는 뜻에 가깝다. 시간보다는 신뢰의 밀도, 말보다 태도의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오래 알아도 불안정하거나 확신이 들지 않으면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종종 기준이 높다거나 조심성이 많다는 말을 듣지만, 사실 나는 자극보다는 안정에 반응하는 사람이다. 관계에서 가장 크게 흔들렸던 지점 역시 안정감의 부재였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마음이 커질수록, 상대의 말 한마디나 거리감에 따라 감정이 쉽게 요동쳤다. 그 경험들을 지나오며 나는 즉흥적이거나 감정 위주로 흘러가는 관계보다, 역할과 기대가 어느 정도 공유되고 경계가 명확한 관계에서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 나에게 안정감은 자유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놓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해주는 바탕이다. 그래서 나는 관계를 대할 때 속도보다 합의를, 확신보다는 확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불안을 혼자 키우기보다 필요한 순간에 솔직하게 나누는 편이 오히려 나를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감정 표현 역시 상대를 붙잡기 위한 요구가 아니라, 현재 내 상태를 공유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본다. 내 불안이 상대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도록, 동시에 상대의 태도가 내 감정을 흔들어 놓지 않도록 서로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이 글은 나를 설명하기 위한 기준점에 가깝다. 나는 강한 자극이나 불확실한 관계보다는, 조용하지만 지속 가능한 안정감을 원한다. 감정을 맡겨도 무너지지 않을 구조, 마음을 내려놓아도 괜찮은 관계 속에서 가장 나답게 존재한다. 이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나를 이해하는 힌트가 되고, 나에게는 다시 흔들릴 때 돌아올 자리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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