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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01 18:50

그리움

그리움은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지워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더 또렷해지는 가장 집요한 형태의 기억이 아니던가? 우리는 종종 기억을 정리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오래된 사진을 버리듯, 대화 기록을 삭제하듯, 마음에서도 무언가를 지워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기억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이미 삶의 결에 배어버린 것은 도려낼수록 더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일반적인 연애보다 더 강하게 결속되는 우리는 더 깊이 스며든 이 기억이 또렷이 아프다. 밤은 길어진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아니 스스로 견디기 버거울 만큼 길게 늘어진다. 잠에 들기 직전마다 의미 없는 가정이 고개를 든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말을 삼켰다면? 조금만 더 붙잡았다면? 결코 증명할 수 없는 가정들이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마음을 잠식한다. 그리움은 시간을 거꾸로 걷게 만든다. 몸은 현재에 서 있지만 마음은 자꾸 돌아갈 수 없는 하루를 향해 되짚어 간다.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상한 일은 따로 있다. 잔인하게 떠나간 사람을 끝내 미워하지 못한다는 것. 원망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 남는 것은 함께 웃던 장면들뿐이고 인간의 기억은 고통보다 온기를 더 끈질기게 붙잡는다 아주 질척하고, 추잡스럽게 말이다. 그래서 그리움은 후회의 다른 이름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동시에 사랑했다는 가장 정직한 증거로 써내렸다. 매일 다른 하루를 살면서도 같은 아픔으로 눈을 뜬다.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고 괜찮다는 말을 제법 능숙하게 내뱉는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슬픔을 숨기는 기술이 늘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반쯤만 맞다. 시간은 그리움을 없애주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견디는 방법을 몸에 익게 할 뿐이다.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여전히 떠오르지만 더 이상 하루가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옮긴다. 심장을 할퀴던 감정에서 조용히 머무는 기억으로. 그러니 아직 남아 있는 그리움을 너무 몰아내려 하지말자. 이는 내가 얼마나 깊이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결국 우리는 안다. 완전히 잊는 날은 오지 않겠지만,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말이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그리움에 대하여 — 어쩌면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한때 분명히 존재했던 사랑의 가장 마지막 형태일지도 모른다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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