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header
menu
🔒

🔒 로그인 필요

26/01/25 15:26

그녀의 추락에 관한 이야기

누가 봐도 건전하고 올바른 이들이 말 못할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의외로 꽤 보편적인 취향이기에 굳이 입 밖으로는 꺼내놓지 않아도 되는 일 중 하나이다. 여기서 말한 ‘어두운 면’이란 범법 혹은 위법한 행위라기 보다 취미에 가까울 것이다. 이를 보편적인 취향이라 표현한 까닭은, 영웅의 뒷모습 또는 타락과 같은 서사가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대중의 각광을 받는 소재였기 때문이며, 이는 크든 작든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추락의 욕구가 ‘모범적인 이의 추락‘이 당사자에게 선사할 해방의 쾌감을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투영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편적인 취향 혹은 누구나의 가슴 속에는 추락의 욕구가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 보도록 하자. 도덕성은 검증되고 정당성을 인정받은 불안감이다. 옳은 선택과 옳지 못한 선택. 이는 겉보기에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인생의 선택의 기로는 옳은 선택과 99개의 ‘이유를 만들 수 있는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옳은 선택을 뒷받침하는 도덕성은 언제나 99가지의 불안감을 동반한다. 그에 반해 ‘추락의 욕구’는 오직 단 한가지, 정당성 만을 요구한다. 그 정당성이란 고작, ‘난 언젠가 이렇게 될 사람이었어.’ 같은 문장을 진심으로 되뇌이게 되는 순간일 뿐인 것과 같다. 99가지의 불안감을 벗어던지는 일이란 이토록 쉽다. 추락을 결심한 이후부터, 자신의 발을 움직이는 것에는 본인의 힘보다 외부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이든, 다른 의미에서든 추락에는 언제나 중력의 힘이 작용한다. ‘내려놓는다’의 의미를 추락이 공유하고 있는 것 또한 그 때문이며, 추락이 어째서 그토록 달콤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영웅 혹은 타의 귀감이 될만한 시민. 이들의 추락이 얼마나 매혹적인 요소인지, 또한 누구나의 가슴 속에는 추락의 욕구가 존재한다는 말에 설득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틀리지 않았음을 자신한다. 왜냐하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건전하고 올바른 이로 살아왔으며... 추락을 경험 중이기 때문이다. “다 썼어? 그럼, 다시 시작하자.” 정신 없이 노트북을 두드리던 그녀의 뒷통수를 간지럽히는 말에, 그녀는 식어버린 등줄기 위로 또 다시 오싹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림을 느낀다. 그녀는 아름다웠으며, 아버지,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신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수도권에 위치한 4년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함과 동시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소위 타의 귀감, 롤모델이 될만한 자녀이자 시민이었다. 그러나 도시 외곽의 낡은 모텔, 싸구려 조명이 비추는 방 안의 그녀는 어떠한가. 그녀는 지금 그저, 주인의 발 앞에 나체로 엎드려 애처로이 처벌을 갈구하는 인간 이하의 생물체일 뿐이었다. 그녀가 그를 만나게 된 것을 우연이라 표현해야 할지, 운명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위한 경험적 확장을 원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발 아래에 엎드려 있다. 모든 우연과 필연의 인과 관계와 마찬가지로, 이 두 문장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이는 우연을 운명이라 적어내야 할지 고민하게 할 정도로 깊게 맞닿아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가 보통의 성적 관계에서는 더 이상 영감을 얻지 못하게 되었던 것. 그 날 ‘성향자’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던 것. 그 다음 날 성향자 구인 앱을 발견하게 된 것. 그녀의 거주지 근처에서 그가 접속했던 것. 인사를 나누기 위해 약속을 잡고 집 앞 카페에서 만났던 그가 놀랍도록 그녀의 취향이었던 것. 자신의 작품 세계의 경험적 확장을 위했을 뿐인 그녀가, 현재 그의 발 아래 엎드려 있는 결과는, 이 모든 우연 중 하나만 다른 방향으로 작용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적었던 글과 같이, 추락에는 항상 중력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모든 우연은 어쩌면 처음부터 한방향으로 작용했을 일일지도 모른다. 모텔에서의 첫 경험 후, 그녀는 그가 담배를 사러 나간 사이,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챙겨온 노트북을 켜고 미친 사람처럼 글을 써내려갔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혼란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새로운 취향 발견의 여운으로 인한 열에 사로잡혔던 걸까? 어찌 됐든, 그녀는 여전히 타의 귀감이 되는 시민이자, 누군가의 롤모델이었다. 엉덩이에서 배어나오는 피로 인해 축축한 의자 위에 앉은 그녀 자신만이, 그녀와 그녀 사이의 아득한 간극을 느끼며 미소지을 뿐이었다. ------------------------------------------------ 주말 저녁에 할 일 없어서 끄적여 봤슴니다 재미가 좀 있으셨음 좋겠슴니다 다음 주도 다들 화이팅

like

0

comment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지금 빌럽에서 나와 맞는
BDSM 성향 친구를 확인해보세요

BLUV 다운로드
footer